[백철현의 포커스] ‘알맹이’ 빠진 AFPRO 2026…보여주기식 보다는 ‘진짜 비즈니스’ 판 깔아야
스마트농업 수출 27.3% 급락 속, '기술 자랑' 아닌 실질적 '판로 개척' 지원 필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PRO 2026)’가 195개 기업, 360개 부스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내렸다. 첨단 AI 로봇과 피지컬 AI 기반 스마트농업 기술을 선보인 ‘AX 특별관’ 등 화려한 볼거리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AFPRO 2026’의 취지는 농식품 분야 유망 창업 기업의 기술을 전시·홍보하고, 투자유치, 판로확대,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식품 스타트업 특화 창업 박람회이지만 행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프로그램 구성으로 아쉬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국내 최대 애그테크 박람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정작 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B2B 바이어와 해외 투자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막대한 물적·인적 자원을 들여 박람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구매력을 갖춘 바이어를 만나 유통 판로를 뚫고, 해외 바이어를 유치해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기 위함이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악재로 인해 올 상반기 국내 스마트팜 분야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3%나 급락(3870만 달러)한 상황에서, 이번 박람회는 관련 기업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수출 타개책이어야 했다.
하지만 B2B 관계자나 해외 바이어를 타깃으로 한 정교한 1:1 비즈니스 매칭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전시장은 주말 주부와 일반 관람객, 혹은 동종 업계 관계자들로만 북적였다. 현장에서 만난 스마트팜 업체 A사 관계자는 “외국 바이어나 B2B 거래선이 거의 없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또 다른 동종업계 관계자 역시 “단순 관람객 위주의 행사에 그쳐 해외 판로 개척이라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이 주최·주관하는 AFPRO가 B2C 중심의 단순 ‘체험형 전시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진행했던 AFPRO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에 그친 행사라는 인식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확산 정책과 수출 진흥 전략이 현장에서 결실을 맺으려면, 박람회 운용 패러다임의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오는 8월 세부 성과 지표 집계 결과를 바탕으로 해외 바이어 유치 강화 등 차기 행사 개편에 나서야 한다. 우선, 애그테크 구역과 푸드테크 구역을 명확히 분리해 전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푸드테크 분야는 기술전시라는 명목에 걸맞게 먹거리 제조 및 전시에 그치지 않고 보다 직관적으로 기술을 전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나아가 관람객 동원 수치에 연연하는 ‘외형 부풀리기’에서 벗어나, 타깃 해외 바이어를 직접 초청할 수 있는 예산을 파격적으로 확보하고 전담 B2B 1:1 매칭 지원 체계 가동이 수반돼야 한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는 바이어초청 부대행사를 비롯한 20개 내외 부대행사, 개발도상국 진출 전략 세미나 등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라면서도 “참가업체들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접점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추후 박람회에서 개선 및 보완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농업 첨단화의 핵심은 기술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현장에 이식되고 시장에서 팔리는 ‘사업화’에 있다. 우리 농식품 스타트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애그테크 시장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주관 기관은 관람객 수치에 만족하는 대신 실질적인 판로를 열어주는 '진짜 판'을 깔아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