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농(農)담'] 프랑스 와인 생산 감소, 정밀 포도 재배 기술이 필요한 이유

승인 2026.08.27 10:00수정 2026.09.07 09:57

[글로벌 '농(農)담' : 미래 농업을 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한창호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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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와인 생산은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농업부 통계서비스인 Agreste에 따르면 2024년 프랑스의 와인 생산량은 약 3,690만 헥토리터로, 전년보다 23% 감소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17% 낮은 수준이다. 2025년 생산량 역시 약 3,620만 헥토리터에 머물며 낮은 생산 수준이 이어졌다. 

세계 와인 생산량도 2025년까지 3년 연속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이를 모두 기후변화에 따른 흉작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여러 산지에서 기상 이변이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 감소에 맞춰 포도 재배면적과 생산능력을 줄이는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감소를 둘러싼 요인
2024년 프랑스의 포도밭은 개화기 저온과 과습, 봄철 서리, 우박, 노균병 등 여러 악조건을 동시에 겪었다. 2025년에는 일부 지역에서 폭염과 가뭄이 포도의 숙성을 앞당겼지만, 열매가 충분히 자라지 못해 생산량이 줄었다.
반면 소비시장에서는 와인, 특히 적포도주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응해 포도나무를 영구적으로 제거하고 재배면적을 줄이는 지원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생산 감소에는 기후 피해뿐 아니라 변화한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정하려는 정책적 판단도 포함돼 있는 셈이다.
프랑스 와인 산업의 과제는 생산량을 무조건 회복하는 데 있지 않다. 소비 변화에 따른 생산구조 조정과 별개로, 폭염과 가뭄, 서리와 병해로 발생하는 생산량과 품질의 변동성은 줄여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기후 위험을 더 일찍 파악하고 수확과 품질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정밀 포도 재배 기술에 주목한다.


포도는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포도나무는 한번 심으면 같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재배하는 다년생 작물이다. 기온과 강수량이 달라졌다고 해서 매년 재배 지역이나 품종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

기온 상승은 포도의 발아와 개화, 숙성 시기를 앞당긴다. 당도는 빠르게 높아지는 반면 산도가 감소하고 향의 조성과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늦서리와 집중호우, 가뭄이 반복되면 생산량뿐만 아니라 와인의 맛과 품질도 달라진다. 특정 지역의 토양과 품종, 재배 방식을 와인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프랑스에서는 기후 적응이 곧 전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포도밭의 이상을 먼저 발견하는 기술
유럽에서는 위성 영상과 드론, 토양 및 기상 센서를 이용해 포도밭의 상태를 구역별로 살피는 정밀 포도 재배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잎의 색과 온도, 토양 수분과 작물 생육 상태를 분석하면 육안으로 확인되기 전에 수분 부족이나 병해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지원 기술은 이러한 정보를 종합해 물이나 비료, 작물보호제를 언제,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지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모든 포도밭에 같은 양을 처리하는 대신 필요한 구역에 정밀하게 투입함으로써 물과 농자재 사용을 줄이고 기후 충격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기술의 목적은 단순히 수확량을 최대화하는 데 있지 않다. 해마다 크게 달라지는 생산량과 품질의 변동을 줄이고, 제한된 자원으로 안정적인 재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품종과 재배 방식도 적응의 한 축이다
정밀 기술은 포도밭의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농자재 투입을 조절하는 데 유용하지만, 장기적인 기후 적응에는 품종과 재배 체계의 변화도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숙성이 늦은 품종과 병해 저항성 품종, 가뭄에 적응한 대목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토양 피복과 유기물 관리, 햇빛과 증산을 조절하는 수관 관리, 물 투입을 최적화하는 정밀 관개 기술도 함께 시험되고 있다. 다만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려면 재배 가능성뿐 아니라 와인의 맛과 지역성, 소비자의 수용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실제 포도밭에서 농민과 연구자, 와인 생산자가 함께 장기간 시험하고 그 결과를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 농업기술이 참고할 점
프랑스 와인 산업의 변화는 포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수와 차, 인삼처럼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배되며 맛과 품질이 중요한 작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상기후가 발생한 뒤 피해를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물의 수분 스트레스와 병해를 조기에 감지하는 지역 단위 관측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래 기후에 적합한 품종과 재배 방식을 실제 농가에서 장기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농민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농업기술은 과거의 기후를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을 넓혀줄 수는 있다. 프랑스 포도밭의 변화가 보여주는 것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도 재배 기술과 생산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 본 원고는 프랑스 농업부 Agreste, 국제포도와인기구(OIV),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 프랑스 포도와인연구소(IFV) 및 유럽연합의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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