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착유에서 해방”…청년농 김대현 대표, 데이터 농업으로 이룬 ‘40㎏ 기적’
[데이터, 농장을 바꾸다] 충남 논산의 논산목장 2세 청년 김대현 대표
낙농가들이 일손 부족과 생산비 상승,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착유(우유 짜기) 작업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일할 사람은 늙어가고 사료 가격과 인건비는 치솟는데, 하루도 쉴 수 없는 착유 노동이 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 현장에서는 “낙농가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우유를 짜러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젖소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꼬박꼬박 우유를 짜주지 않으면 유방염 같은 질병에 걸리기 때문에, 낙농가들은 개인적인 경조사가 있어도 농장 비우기가 쉽지 않다.
농가의 휴가를 돕는 ‘헬퍼(대체 인력)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숨통이 조금 트였지만 착유가 전체 노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낙농가 한 곳이 1년 동안 일하는 시간(총 3661시간) 가운데 약 40%가 착유 작업에만 투입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 시간을 우유 짜는 데 바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낙농가들의 어려움을 로봇착유기와 자가 TMR 시스템을 결합해 극복하고 평균 유량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농장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2014년부터 부모님을 이어 낙농업에 뛰어든 김대현 대표(1992년생·충남 논산·착유두수 70마리 이상)가 주인공이다. 그는 “로봇 착유기 도입으로 착유 노동에서 해방되면서 개체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24년 1월 로봇착유기 도입 후 데이터로 입증한 성과와 기술 도입 과정을 들었다.
"착유 노동에서 해방되니 소가 보였다"
그는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장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낙농가에겐 매일 두 차례 수행해야 하는 착유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김대현 대표는 “한 번 착유할 때마다 2시간씩 하루에 4시간을 온전히 착유하는 데 투입했다. 목장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보람되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다”며 “당시 어머니께서 편찮으셨고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로봇착유기 도입을 추진했다”고 회상했다.
2023년 가을, 로봇착유기를 설치 후 본격적인 가동은 이듬해 1월부터 시작됐다. 로봇착유기 도입 후 노동시간이 줄어든 자리에 데이터 분석이 들어섰다. 착유 시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체온, 유지방, 유단백 비율 데이터를 모니터링 해 케토시스 위험이나 유방염 징후를 초기에 발견한다. 추측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목장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농협사료가 제공한 논산목장의 26개월 우군 검정 성적 변화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월별 평균 유량은 최저 29㎏에서 최대 35㎏ 사이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로봇착유기를 도입한 지난해 1월부터 유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일일 평균 유량은 2023년 12월 34.1㎏에서 2024년 12월 42.3㎏으로, 1년 만에 평균 유량이 24.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5일 평균 유량도 1만 446㎏에서 25.4% 늘어난 1만 3095㎏으로 확인됐다. 최대 100마리에 달했던 착유 마릿수를 70마리 수준까지 줄였지만 개체당 유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목장 유량이 증가했다.
김 대표는 “착유에 투입하던 시간을 온전히 소의 개체 관리에 집중할 여유가 생겼다”며 “착유를 마친 소의 체온과 유지방, 유단백 등의 데이터를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로봇착유기 업체가 제공하는 건강보고서를 통해 아픈 소 등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유 횟수가 2회에서 3~3.5회로 늘어나면서 마리당 일일 평균 유량이 기존 32~33kg 수준에서 40kg 대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자가 TMR 전환과 사료 컨트롤이 성공의 열쇠
국내 로봇착유기 보급률은 여전히 5% 미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착유기 도입 후 실패를 겪는 농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실패 원인으로 ‘사료 급여 제어의 실패’를 꼽는다. 로봇착유기는 사료라는 보상을 통해 소가 스스로 착유실에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유통 TMR 사료는 정밀한 비율 조절이 어려워 소의 로봇 착유기 방문율이 떨어지거나 소화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대현 대표가 유통 TMR에서 ‘자가 TMR 체제’로 전환한 이유다.
그는 수입 조사료(티모시·톨페스큐·연맥·알파파)의 품질을 직접 검수해 영양 공급의 안전성을 확보했고, 소의 착유 단계와 반추 상태 등에 맞춰 배합비를 정밀하게 조정했다. 자가 TMR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로봇 착유 유도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40kg이 넘는 유량 달성의 핵심 동력이 됐다.
데이터 연동 시스템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
논산목장은 로봇착유기 외에도 목걸이형 발정·반추 탐지기, 외부 원격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냉각기(4.5°C 유지) 등을 운영 중이다. 충분한 축사 내 환풍시설 설치와 깨끗한 축사 관리 등도 생산성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밀 사양 관리를 통해 고유량 목장이 흔히 겪는 산차 단축 문제를 극복하고 평균 2.5산의 건강한 산차를 유지하고 있다. 유량 증가와 더불어 번식률 향상, 소화기 질병 감소라는 세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낙농 전문가들의 도움도 한몫을 하고 있다. 농협사료 전문가들이 시기별 사료 급여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목장 내 환경 개선 등의 조언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김대현 대표는 “낙농 전문가들께서 사료 섭취량을 올릴 수 있는 배합사료와 조사료, 첨가제 등의 적절한 급여 물량과 시기 등이 담긴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다. 또 지금처럼 무더운 하절기에 축사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공기(바람) 순환을 막는 구조물 제거 등에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95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에 달하는 월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유대당 사료비율도 60%에서 40%대로 낮췄다. 로봇착유기와 부대시설 설치에 투입된 비용이 약 7억 4000만 원으로, 이 중 70%(약 5억 1800만 원)가 자부담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축산물생산비 조사 결과 중 젖소 마리당 순수익이 223만 5000원을 적용하면 논산목장의 연간 순수익은 1억 5645만 원(착유 두수 70마리 기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4.72년 만에 로봇착유기 투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로봇착유기 한 대당 착유 50마리까지 가능하다. 두 대인 만큼 100마리까지 확대해 현재 3050㎏인 쿼터를 4톤까지 늘리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힌 김대현 대표는 “데이터 관리가 이뤄지면서 세밀하게 개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초기 투자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생산성과 수익 모두 증대되는 만큼 다른 농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