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칼럼] 수소연료전지 트랙터, 국내외 특허·기술 경쟁 현황과 국내 기술 확보의 시급성
[김용주 칼럼]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스마트농업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들어가며 — 대형 농기계, 이제는 친환경 동력원 전환이 필수다
지속적인 농가 인구 감소로, 1인당 부담 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농업 현장의 기계화는 대형화를 초점으로 발전해 왔다. 100마력을 넘는 대형 트랙터는 쟁기, 로터리 및 대형 작업기 견인 등 고부하 작업을 장시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동력원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 속에서 디젤 엔진을 대체할 친환경 동력원 도입이 대형 농기계 분야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문제는 대형 농기계에 적합한 친환경 동력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승용차나 소형 농기계에서는 전기 배터리가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00마력 이상의 대형 트랙터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배터리는 중량 대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즉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시간 고부하 작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배터리 자체가 지나치게 무거워진다. 또한, 트랙터 구조상 제한된 공간 안에 배터리들을 배치하다 보면, 설계 상에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충전 시간까지 길어 농번기 연속 작업에는 실질적인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연료전지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배출되는 것은 물뿐인 무공해 동력원이면서도 배터리 대비 월등히 높은 에너지 밀도와 짧은 충전 시간을 갖추고 있다.
<그림 1> 리튬이온 배터리와 압축수소의 중량당 에너지밀도 비교
위 비교에서 볼 수 있듯이 수소연료전지는 같은 무게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약 4배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즉, 같은 에너지양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는 수소연료전지보다 훨씬 더 무거워져야 한다. 트랙터는 높은 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중량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중량 증가는 토양 다짐과 주행 저항을 증가시키고 에너지 소비와 작업 효율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림 2>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충전 방식별 시간 비교 (100 kWh 기준)
또한 위 그림과 같이, 수소는 기체 상태로 고압 저장·충전되므로 짧은 시간 내에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어 실제 농작업 현장에서 배터리 방식보다 유리하다. 약 100kWh 수준의 에너지를 보충하는 경우, 수소는 충전 조건과 저장용기 사양에 따라 약 3~5분 내에 충전할 수 있다. 반면 200kW급 급속 충전기를 적용한 배터리는 약 30~40분, 완속 충전은 약 6~10시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작업 시간이 제한적인 농번기나 장시간 연속 운전이 필요한 농작업에서는 충전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소 방식이 장비 가동률과 작업 효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림 3> 수소연료전지(PEMFC) 트랙터의 동력 발생 원리 및 흐름도
위 그림은 수소연료전지 트랙터의 동력 발생 원리를 도식화한 것이다. 수소저장탱크에 저장된 수소는 공기 중에서 흡입한 산소와 함께 연료전지 스택 내부에서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성하고, 이 전기는 기본적으로 차량을 구동하는데 사용된다.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이 차량의 요구 출력보다 많을 경우 잉여 전력은 보조 전력원인 고전압 배터리 또는 슈퍼커패시터에 저장된다. 반대로 차량 요구 출력이 연료전지 발전출력보다 클 경우에는 보조 전력원에 저장된 에너지를 함께 사용한다. 반응 후 배출되는 것은 물과 열 에너지 뿐이어서, 디젤 엔진을 완전히 대체하면서도 배출가스 제로(Zero-emission)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림 4> 국내·외 주요 기업별 수소연료전지 농용 트랙터 특허출원 건수 (IP 5개국 및 PCT 기준, 2026년 7월 1일 이전 공개·등록분)
일본 구보타의 독주 — 특허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다
문제는 이러한 수소연료전지 대형 트랙터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다. 이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세계 3위 농기계 기업인 일본 구보타(KUBOTA)이다. 구보타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100마력급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트랙터 프로토타입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트랙터는 한 번 수소 충전으로 반나절 가까이 연속 작업이 가능하고,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10분 남짓에 불과해 대형 농기계의 친환경 전환에 있어 수소연료전지의 실효성을 실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보타의 특허 전략이다. 농용 트랙터 분야의 국내외 주요 기업(KUBOTA, YANMAR, ISEKI, Deere & Company, CNH)을 대상으로 수소연료전지 농용 트랙터 관련 특허 보유 현황을 비교한 결과, 구보타는 총 171건의 특허를 보유해 전체의 약 82%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이 분야에서 유일하게 구보타를 뒤쫓고 있는 것은 한국의 연구팀이었다. 해당 성과들은 산학연으로 구성된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기반 110kW급 대형 트랙터 개발' 연구팀1에서 창출된 성과들이다 (19건, 약 9%).
<그림 5> 국내·외 주요 기업별 수소연료전지 농용 트랙터 연도별 특허출원 건수
국내 기술 현황 — 국내 개발 컨소시엄의 도전과 남은 과제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22년 이후 국내 연구팀의 연평균 특허출원 증가율은 18.9%로, 구보타(98.3%)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공개된 특허 19건 가운데 해외 시장 권리 확보를 위한 PCT 출원은 7건(약 37%)에 불과해, 해외 시장 대응력에서도 구보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다만 희망적인 대목도 있다. 구보타는 자사 트랙터 플랫폼의 캐빈 상부(지붕)에 수소탱크를 배치하는 구조에 특화된 특허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연구 컨소시엄의 경우 캐빈 운전석 하부와 파워트레인 상부에 수소 모듈을 장착하는 구조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국내 트랙터 제조 3社의 플랫폼 어디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과 차량의 안정성을 고려한 설계 기술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화 지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결론 및 제언 —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리하면, 수소연료전지는 대형 농기계의 친환경 전환에 있어 배터리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며, 그 기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 3위 농기계 기업 구보타가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특허 출원을 가속화하는 사이, 국내에서는 산학연 연구팀이 그나마 유일하게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구도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수소연료전지 트랙터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걸림돌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승용차 중심으로, 그것도 도심과 주요 도로를 따라 구축되어 있어 농촌 지역에서는 충전 인프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수소연료전지 트랙터를 개발하더라도, 농가 인근에서 손쉽게 수소를 충전할 수 없다면 상용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첫째, 연구 기관과 개별 기업의 자체 투자 만으로는 자본력과 시장 규모에서 앞서는 해외 선도 기업의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초기 개발 비용이 높더라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과 생산 규모를 높이면 장기적으로 시스템 가격을 안정화 할 수 있다. 전기차와 전기충전 인프라가 초기의 높은 비용과 제한된 시장성을 극복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수소 농기계 역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투자를 통해 경제성과 실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농촌 지역에서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뿐만 아니라 수소의 생산·운송·저장·충전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친환경 농업용 에너지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특히 농업기계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충전소 접근성이 낮은 농촌과 원거리 작업 현장에서 장시간 운용되므로, 기존의 고정식 충전소 만으로는 실제 농작업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동형 수소충전소, 현장형 수소 생산·충전설비, 농업기계 전용 충전시스템 등 지역과 작업 여건에 적합한 다양한 공급 방식의 개발과 실증이 필요하다. 수소 농기계 산업은 차량과 충전 인프라를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소 생산부터 농작업 현장 공급 및 활용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산업 체계로 연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용 에너지 생태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수소연료전지 농기계 시장에서는 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것만큼 해당 기술에 대한 권리를 얼마나 폭넓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구보타는 다수의 특허를 우선권 주장과 패밀리 특허 방식으로 여러 국가에 동시에 출원하면서 향후 세계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연구진도 해외 선도 기업과의 경쟁에서 아직 기술적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확보한 연구 성과를 후속 개발과 실증, 특허 및 산업화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형성한 경쟁 구도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트랙터는 전기 트랙터와 함께 향후 친환경 농기계 시장을 이끌어갈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기술 주도권을 어느 나라가 쥐느냐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세계 농기계 산업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수소연료전지 트랙터의 핵심 부품 기술과 국내외 실증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