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가성비’로 승부하는 실속형 스마트팜, 농촌의 미래를 열다

[데이터, 농장을 바꾸다] 경기 양주 ‘다솜농장’ 김태경 대표의 디지털 경영 혁신 스마트폰으로 '폐액 EC·양분 비율' 실시간 체크…정밀 데이터로 생산성 30%↑

이현우 기자
승인 2026.07.14 12:17수정 2026.07.14 12:25
김태경 대표가 부지깽이를 재배하고 있는 하우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농장 제어를 하고 있다.
김태경 대표가 부지깽이를 재배하고 있는 하우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농장 제어를 하고 있다.

흙을 만지며 작물의 상태를 눈으로만 확인하던 전통 농업이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농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 도입 비용 부담과 고령화로 스마트팜 확산이 정체된 가운데,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스템을 설계해 '저비용·고효율'을 달성한 농가가 주목받고 있다.

경기 양주에서 2만 3140㎡(약 7000평) 규모로 ‘다솜농장(호명산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김태경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1982년생으로 농업에 뛰어든 지 21년 차인 김 대표는 4년 전 오이·호박에서 울릉도 특산물인 부지깽이나물(섬쑥부쟁이)로 작목을 전환한 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양액 시스템을 도입해 아날로그 농법의 한계를 돌파했다.

직접 설계로 억대 시설비 60% 절감…2년 만에 손익분기점 도달
김태경 대표는 스마트팜을 설계했지만 “내가 추구하는 스마트팜은 저비용 투입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 자립형 스마트팜 지원사업의 예산 책정 기준을 살펴보면 약 1000평 규모 스마트팜 신축에 개소당 4억 5000만 원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실제 비용은 4억 5000만 원 이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경우 상위 농가 기준 평당 매출을 올려도 원리금 상환과 손익분기점 도달에만 15년에서 20년이 걸려 현장 도입의 가장 큰 경제적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권의 비싼 땅값 역시 진입장벽이다.

김 대표는 10년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부지 비용을 아끼고, 수년간 쌓아온 시설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발휘해 중고 파이프로 온실을 직접 설계·시공했다. 약 6개월간 직접 공사를 진행하고 중앙 정부(시설원예현대화사업)와 경기도(농어업소득 333프로젝트) 등의 정책 자금을 활용해 그가 실제로 투입한 비용은 1억 7000만 원 선이다. 업체 위탁 비용 대비 무려 62%를 절감한 수치다.

현재 다솜농장의 평당 매출은 7만~8만 원 선으로, 단가를 kg당 7000~8000원선으로 올려 최종 평당 10만 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기 때문에 1.5년에서 2년이면 시설 투자비를 전액 회수할 수 있다”며 “일반 자영업의 인테리어 비용 개념으로 접근해 철저한 손익 계산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비료비와 농약비를 제외하고 70%의 높은 순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저설베드를 단동하우스에 시험 재배한 뒤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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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폐액 데이터, 비료 낭비 줄이고 생산성 30%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확산 전략의 핵심은 ‘데이터를 통한 정밀 제어’다. 다솜농장은 가성비 좋은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동시에 데이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김 대표는 자체 구축한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온실 내 이산화탄소(CO₂) 수치, 토양온도, 풍향·풍속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핵심은 약 1500만 원 선의 ‘스마트 양액기를 통한 폐액 데이터 제어’다. 작물에 공급된 후 흘러나오는 폐액의 전기전도도(EC) 값과 양분 활용비율을 스마트폰으로 상시 확인한다.

기존 토경 재배에서는 비료가 땅속으로 흡수돼 과잉 공급이나 결핍을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배지경 재배와 데이터 모니터링을 결합하면서 정밀한 시비가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기존 단동하우스 토경 재배와 비교했을 때 골고루 시비가 이뤄지면서 죽는 작물이 사라져 생산성이 30% 이상 향상됐고, 인건비와 비료대 등 경영비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작물 제어 역시 정밀하다. 온도가 20℃에 도달하면 창을 부분 제어로 열고, 18℃에 닫히도록 맞춤형으로 세팅했다. 유동팬은 30분 작동 후 20분간 휴식하게 해 작물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생육에 가장 좋은 ‘습도 60%의 살랑이는 바람’을 구현한다. 일조량 제어를 위해 오전 10시에 온도가 기준치에 도달하면 차광 스크린을 자동으로 쳐준다.

오이에 비해 수확과 방제, 양액 관리 위주로 돌아가는 부지깽이의 작물 특성까지 맞물려 현재 외국인 근로자 6명만으로 7000평의 대형 농장을 무리 없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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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경영 인재 육성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현장에서 청년창업농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는 김 대표는 최근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나온 청년 농업인 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부 고가 수입 원격제어프로그램은 라이선스 비용만 수천만 원에 달하며, 정밀 로직을 구현하려면 온실 설비에만 1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라며 “국산 프로그램은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이다. 일반하우스에 제어 환경이 맞지 않는 고가의 수입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시스템 간 호환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농업은 제조업과 달라서 환경 제어 실패로 작물이 한 번 틀어지면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1년 주기의 농사를 망치게 된다. 이는 대출 원리금 상환 압박 속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수억 원의 청년창업농 자금을 지원받은 청년들이 빚쟁이로 전락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과거 7000만 원의 후계농 자금을 받아 15년간 성실히 갚아온 김 대표 역시 현재 순차적으로 상환 중인 시설 투자 빚이 4억 원에 달할 만큼 스마트팜의 금융리스크는 현실적인 문제다.

김태경 대표는 “현재 농촌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정착되면서 예전보다 농업 인력 환경은 확실히 좋아졌다. 그리고 데이터로 농사짓는 스마트한 농장주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진짜 문제는 농촌에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경영할 줄 아는 ‘인재’가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팜이라고 해서 무조건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1000평 기준으로 15억~20억 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없다면, 대다수의 농가는 나처럼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한 ‘실속형 모델’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양액 조절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지식이 필수적이다. 재배 지식과 병해충 공부는 기본이고, 현장에서 농장주 스스로 손볼 수 있는 기본적인 '엔지니어적 소양'을 숙지하고 들어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한국 현실에 맞는 가성비 높은 데이터 제어 로직을 보급하고, 현장 대응력을 갖춘 기술 경영 인재를 키우는 질적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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