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귀농인이 10만수 육계농장의 생산지수 492
[데이터, 농장을 바꾸다] 전북 남원의 육계농장 '바위와산성' 이명운 대표 통상 부부 2명이 맡는 10만수 규모…제어시스템·저울 도입 뒤 1인 운영 정착 사료빈 저울로 일일 섭취량 실시간 확인…24일령부터 매일 체중 측정해 출하일 결정 정산명세표 기준 생산지수 386~492…하림 지역소장 "상위 10% 정도다"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대강면. 이명운 대표의 육계농장, ‘바위와산성’은 4개 동에서 10만수를 키운다. 같은 규모라면 대개 부부 두 사람이 붙지만 이 농장은 이 대표가 혼자 관리한다. 바쁠 때 동네 사람의 손을 잠깐 빌리는 것이 전부다.
1956년생, 올해 만 70세다. 스물아홉 해를 대기업 식품회사에서 일하고 2019년 말 퇴직해 이듬해 1월부터 이 농장에 들어왔다. 7년차 귀농인인 그는 “내려온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5년만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혼자서 10만수를 감당하는 힘은 체력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나온다. 사료빈에 달린 저울, 계사 안의 저울, 일령별로 짜인 환기·온도 프로그램이 이 대표 대신 닭을 들여다본다. 그가 하는 일은 그 숫자를 읽고 판단하는 것이다.
10년을 준비한 ‘두 번째 직업’
이 대표의 귀농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회사 재직 시절부터 기준을 세웠고, 준비 기간만 10년이다.
첫 번째 기준은 1차산업이었다. 이 대표는 “하던 일을 이어가려면 결국 회사 찾아가고 후배에게 부탁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기보다는 몸으로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전 직장과 무관한 분야일 것, 세 번째는 가능한 한 혼자 할 수 있는 일일 것, 마지막은 억대 소득이었다.
농축산 분야 고소득 품목을 비교한 끝에 육계를 선택했다. 계열화 구조 덕분에 유통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계사만 지어두면 계열사가 사료를 넣어주고, 다 키우면 닭을 가지고 간다. 자금 회전 측면에서도 닭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세 번째 기준은, 결국 자동화를 어디까지 끌어올리느냐의 문제로 돌아왔다.
부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퇴직 1년 전쯤이다. 계약과 동시에 공사를 시작해 2019년 8월 준공했고 그해 말 회사를 나왔다. 뒤편이 온통 암반이라 발파까지 해가며 지은 축사다.
부부 둘이 할 일을 혼자…“계사를 비우지 않는다”
처음 설치된 제어시스템은 구형이었다. 그는 “한 화면에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스크롤을 해가며 봐야 했다”고 말했다. 혼자 4개 동을 도는 사람에게 화면을 넘기며 확인하는 시간은 그대로 노동이 된다.
전환점은 두 갈래로 왔다. 한 제어시스템 업체가 영업차 방문했고, 비슷한 시기 국립축산과학원이 자체 개발 시스템의 현장 실증을 요청해 왔다. 이 대표는 맨 끝 한 동을 축산과학원의 테스트 동으로 내줬다. 한 동은 새 시스템, 나머지는 기존 시스템으로 돌리며 두 방식을 직접 비교한 셈이다. 이 대표는 “써보니 새 시스템이 확실히 낫더라. 무엇보다 한 화면에 다 보인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후 ICT 융복합 지원사업으로 다른 동까지 순차 교체했다.
환기와 온도는 전적으로 자동제어에 맡긴다. 이 대표는 “1일령에는 팬을 5초 동안 돌리고 5분간 쉬는 주기다. 일령이 올라갈수록 작동시간이 늘어나고, 2~3일마다 조정한다”고 밝혔다. 온도는 입추 시 33도에서 출하 무렵 23도까지 단계적으로 내려간다. 계사 온도가 설정값보다 높으면 팬 가동 대수가 늘고, 그래도 잡히지 않으면 쿨링패드가 가동된다.
닭이 들어온 뒤 일과는 오히려 단순하다. 하루 한두 번 계사에 들어가 급이기와 급수기를 점검하고 폐사축을 꺼내는 정도다. “입식하고 나면 편하다. 정작 바쁜 건 닭이 없을 때”라고 말한 이유다.
이 농장을 관리하는 하림 최양상 지역소장은 1인 운영이 가능한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최 소장은 “10만수를 혼자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부부 또는 농장주·외국인 근로자가 함께 키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계사를 비우지 않는다. 보통 둘이 하면 한 사람은 나가고 한 사람은 관리하는 과정에서 빈틈이 생기는데 이분은 농장을 지킨다. 이 대표께서 농장 밖을 거의 나가지 않으니 친구들이 농장으로 놀러 온다”고 설명했다.
저울을 달자 출하일이 보였다
이 대표가 꼽는 가장 큰 변화는 저울이다. 계사 안에는 개체별 측정이 가능한 저울을, 사료빈에는 잔량을 재는 저울을 달았다. 이 대표는 “사료가 들어오면 지금 몇 kg이 남았는지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 닭이 먹은 양을 실시간으로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일 섭취량을 알면 평균 증체량을 감안해 체중을 추정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료요구율을 계산할 수 있다. 시스템은 이를 동별로 나눠 보여준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 동 간 격차를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하 판단도 여기서 나온다. 이 대표는 24일령부터 매일 체중을 측정해 계열업체에 알린다. 이어 지역소장과 협의해 출하시점을 판단한다. 다만 자동 저울은 정확도가 떨어져 출하 판단용 체중은 직접 잰다.
결과는 성적표에 그대로 찍힌다. 생산지수는 평균중량과 육성률을 분자로, 사육일수와 사료요구율을 분모로 놓고 100을 곱해 산출한다. 네 가지 값이 모두 관리 대상이고, 그 네 값 중 셋이 저울에서 매일 나온다. 이 농장의 정산 명세표를 나눠 보면 같은 4월 회차에서도 한쪽이 생산지수 492에 사료요구율 1.356, 다른 쪽이 454에 1.438로 갈렸다. 동별 데이터를 따로 보는 이유다.
"상위 10%"…덤으로 준 병아리까지 살린다
최근 출하성적을 보면 명세표별로 386에서 492 사이, 회차 단위로 합산하면 400과 468을 오가는 성적이다. 어느 정도 수준일까. 최 소장은 “상위 10% 정도다. 잘하시는 편이 아니라 엄청 잘 키우신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육성률이다. 명세표를 나눠 보면 두 회차가 각각 100.82%와 100.92%(3% 덤 포함)로 찍혔다. 출하한 마릿수가 정산 기준 입추수수보다 많다는 뜻이다. 계열업체는 초기 병아리 폐사를 감안해 계약 수수에 3%가량을 덤으로 얹어 넣어준다. 정산은 계약 수수 기준이므로 덤으로 받은 병아리까지 살려내면 육성률이 100%를 넘어선다.
최 소장은 “병아리 관절이 안 좋은 것도 있고 약한 병아리도 있어서 키우는 과정에 죽는다. 그래서 덤으로 3%를 공급한다. 3%를 더 줘도 잘 키우는 농가의 육성률이 98~99% 나온다. 그런데 이 농장은 좋을 때는 100%를 넘긴다”고 설명했다.
비결로는 소독 루틴을 든다. 닭이 나가면 물청소 후 살균제를 안개분무 방식으로 급이기까지 전체에 뿌린다. 이어 콕시듐 방제 약제를 살포하고 왕겨를 깐 다음 다시 살균제를 분무한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한 차례 지나간 것을 빼면 큰 질병 사고가 없었다.
최 소장은 기술보다 태도를 먼저 꼽았다. 그는 “이 대표는 (육계 사육의) 기본을 잘 지킬 뿐만 아니라 닭에게 많은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면 바로 실천한다”고 말했다.
성적표에 ‘대닭’으로 잡힌 40일 회차도 이 농장의 성격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흔히 먹는 통닭은 1.5kg 안팎이지만 2.5kg급 대닭은 별도 수요처로 나간다. 최 소장은 “닭은 더 클수록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훨씬 노력이 들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림의 계열 농가 중에서도 대닭을 키우는 곳은 많지 않다”고 소개했다.
회전율도 마찬가지다. 하림에 따르면 계열 농가 평균이 연 6.5회인데 이 대표는 최대 7회를 돌린다. 수요가 많은 여름철에도 최소한의 휴지기만 갖고 병아리를 받는다. 최 소장은 “그 시기가 물량이 가장 필요하다. 회사가 요청할 때 묵묵하게 해준다”며 “농가 입장에서도 회전수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체중 자동 측정, 마지막 숙제
부지와 4개 동 신축에 든 비용은 땅값을 포함해 23억 원. 집을 담보로 땅을 사고 축사를 담보로 공사비를 대출했다. 귀농 자금 3억 원가량은 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계사를 짓고 나서 신청하니 안 된다고 하더라. 착공 전에 신청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연 4000만 원 수준의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연 7회전을 돌리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3억 5000만 원 안팎이다. 처음 세운 억대 소득이라는 기준은 달성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그의 고민은 이상기후로 폭염일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올여름 폭염에는 쿨링패드를 돌리는 중에도 계사 온도가 32도까지 올랐다. 사료를 먹지 않아 하루 증체가 70g에 그치면서 사육 기간이 늘었다. 내년부터는 입추수를 7000~1만수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앞으로 여름은 더 더워질 텐데, 마릿수를 줄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규모 확장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스마트한 쪽에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가장 바라는 것은 평균 체중 자동 측정이다. 매일 체중 데이터를 계열사에 넘기는 농장이지만 그 원본 수치를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망을 들고 계사에 들어가 일정 공간을 막고 그 안의 닭을 모두 저울에 올린 뒤 마릿수로 나눠 평균을 낸다. 병아리 때는 망 하나에 200마리, 출하기에는 45~50마리가 들어간다. 한 동에 두 곳씩 잰다. 혼자 일하는 농장에서 가장 버거운 작업이다.
자동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한 기업과 함께 카메라 영상인식 방식으로 개발을 시도했지만 현장에서 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그래서 해당 업체에 기술 개발을 요청했다.
환기도, 온도도, 사료도 시스템이 대신 보게 만든 농장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지표 하나만 아직 사람의 팔 힘에 달려 있다. 이 대표가 스마트 축산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귀농을 생각한다면 주변 사람 말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말고 본인이 직접 조사하고 준비해야 한다. 나도 10년 걸렸다. 미리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