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농업도 제조업처럼 계획 생산해야”... 애그유니, 스마트팜 ‘뉴노멀’ 만든다

독자적 ‘에그돔’ 기술로 1년 내내 ‘봄’ 구현… 생산량 최대 20배까지 높여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6.30 20:45수정 2026.07.02 11:19
기능성 고추가 재배되고 있는 애그돔 내부 전경.
기능성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애그유니의 애그돔 내부 전경.

농업을 1차 산업이 아닌, 계획 생산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조업형 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기업이 있다. 바로 창업 7년 차를 맞이한 애그테크 스타트업 '애그유니(대표 권미진)'다.

애그유니는 독자적인 첨단 기술인 '에그돔'을 필두로 기존 유리온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약용·특수작물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스마트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뉴노멀을 제시하고 있는 권미진 대표를 만나 애그유니가 그리는 농업의 미래와 글로벌 진출 전략을 들어봤다.

완전 밀폐형 환경에 압력 제어까지… 연간 운영비 80% 절감
글로벌무역학과를 졸업한 권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농산물 유통업을 하며 대형 마트에 채소를 공급하던 아버지를 도왔다. 당시 사업이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권 대표는 “농업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아버지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연스럽게 접해온 농업 환경 속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애그유니 권미진 대표.
애그유니 권미진 대표.

초기에는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으나, 아버지가 본래 스포츠용으로 개발했던 에어돔 기술을 농업용으로 고도화하며 약용·특수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에그돔’ 기술을 완성했다.

애그유니의 핵심 인프라인 '에그돔'은 반도체 클린룸 수준의 완전 밀폐형 환경을 제공한다. 에그돔 내부는 1년 내내 봄 기후를 유지하며, 유해가스를 완벽히 차단하는 전용 필터실을 갖춰 외부 가스 유입을 제로(0)에 가깝게 관리한다. 또한 온도, 습도, 공기 순환뿐만 아니라 내부 압력까지 자동 제어한다. 인공 LED가 아닌 자연광을 그대로 활용하며, 이중 구조 설계를 도입해 병충해의 원인이 되는 결로 현상도 예방한다. 내부 환경의 통제가 가능해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특히 에그돔의 경제성은 기존 유리온실을 압도한다. 1000평 기준으로 유리온실의 연간 운영비용은 약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반면, 에그돔은 150만~180만 원 선에 불과하다. 
에그돔이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땅속과 물의 온도’를 활용하는 데 있다.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돌려 찬바람이나 더운 바람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온도를 최소한의 전기만 써서 필요한 곳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애그돔 외부 전경.
애그돔 외부 전경.


이 기술의 핵심은 지하 5m 깊이에 묻힌 100m 길이의 ‘지열관’이다. 외부 공기는 필터실을 거쳐 이 지열관을 통로 삼아 에그돔 내부로 들어오는데, 이때 지열관 속에 배치된 얇은 ‘수열관(물관)’이 온도 조절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여름철을 예로 들면 이 원리는 더욱 명확해진다. 밖은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지만,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수열관은 연중 15도 안팎의 시원한 온도를 유지한다.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이 좁고 긴 지하 통로로 진입하는 순간, ‘열은 항상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과학적 원리가 작동한다. 뜨거운 공기가 시원한 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공기 속 열기가 차가운 관 벽면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방식이다. 특히 통로가 좁다는 점이 냉각 속도를 끌어올리는 신의 한 수가 된다. 공기가 차가운 벽면에 더 많이, 더 촘촘하게 부딪히면서 열을 빼앗기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에어컨을 전혀 켜지 않고도, 푹푹 찌는 야외 공기가 이 지하 통로를 통과하기만 하면 온실 내부로 들어올 때는 이미 에어컨을 풀가동한 것처럼 시원한 바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자연의 원리와 구조적 아이디어가 결합해 완성한 압도적인 에너지 절감 기술이다.

여기에 사계절 내내 온도가 일정한 지하수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까지 연동했다. 전기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여름에는 시원한 지하수로 냉방을 하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하수 열로 난방을 해결함으로써 온실 운영에 필요한 전력 소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

또한, 토경재배모듈을 통해 일반적인 환경보다 생육 속도가 30% 빠르며, 물 사용량도 38% 절감한다. 토경재배모듈은 조립식 모듈을 활용하기 때문에 평면에만 작물을 심는 것이 아닌, 수직형태로 재배해 기존 방식 대비 생산 효율을 약 2배 증가시고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흙 속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하고 영양분을 붙잡아 두는 힘을 높여 뿌리 환경 내에 영양소가 효과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생육속도가 빨라지며, 토양에 직접 물을 주는 지중관수 시스템을 통해 물 증발과 유출을 막을 수 있어 물 사용량도 절감할 수 있다.

애그유니 측은 이 같은 실증데이터들이 국제 표준 규격인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당사의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 매뉴얼과 친환경 관리 시스템 및 안정적인 실험환경에서 철저히 측정·기록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애그유니의 기술력과 성장을 증명하는 인증서 및 상패, 협약서.
애그유니의 기술력과 성장을 증명하는 인증서 및 상패, 협약서.


현재 에그돔은 내부 환경 제어는 100% 자동화돼 있으며, 1000평 규모를 단 2명의 관리자만으로 재배와 수확까지 가능한 반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아가 완전한 자동화를 구현하기 위해 로봇 전문 기업 '테소로'와 협력해 생산 및 재배 공정에 로봇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기능성 고추 기준 연간 매출 약 44억 원… 투자금 회수 1년도 가능
애그유니는 상추, 양배추 등 일반 작물 대신 수요와 공급이 명확한 약용 및 특수작물을 타깃으로 삼았다. 현재 화성시에 위치한 에그돔 1호에서는 혈당 조절에 탁월한 프리미엄 기능성 고추를 재배해 서울 코사마트 등에 공급하고 있다. 기능성 고추는 시중 제품보다 높은 kg당 2만 9000원의 단가로 거래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에 따른 매출 규모는 약 44억 원에 달한다.

향후 계약을 통해 의료용 대마, 병풀, 장미 등 기업들의 수요가 뚜렷한 고부가가치 작물로 품목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각 작물별 최적의 재배 데이터(SOP, 표준운영절차)를 솔루션화해 수요 기업과 농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작물에 따라 상이하지만, 같은 면적의 일반 노지나 비닐하우스보다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20배 가량 생산량이 많다. 이렇게 생산량 차이가 큰 이유는 에그돔은 높이 17m의 맞춤형 입체 구조와 연 4회 이상 연속 수확이 가능한 환경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용작물의 경우 노지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면 연작 장해로 인해 5~6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에그돔은 토경재배모듈을 통해 토양을 교체할 수 있어 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6년간 생산량 기준 대략 10배 정도 많다. 그리고 기능성 고추(항비초)의 경우 2년까지 지속적으로 수확이 가능하지만, 노지와 비닐하우스는 매년 모종 및 식재비용, 인건비 문제로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이 밖에도 재배 환경이 완벽히 통제돼 있는 등 전반적인 생산 여건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1000평 기준 동당 건축 비용은 20억~30억 원 수준으로 유리온실과 유사하지만, 투자금 회수 기간(ROI)은 현저히 짧다. 기능성 고추 기준 약 3년, 고부가가치 희귀 작물의 경우 1년 이내에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소요되는 유리온실과 비교하면  경제성이 매우 우수하다.

다만 에그돔은 현재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신개념 재배 환경이 정부로부터 ‘뉴노멀’로 인정받는다면 보조금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미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수 벤처기업 인증인 '이달의 에이(A)-벤처스'에 선정된 바 있는 만큼, 권 대표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말레이시아·중동 저격... 글로벌 탄소 배출권 시장 정조준·‘디지털 경작권’ 도입
애그유니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기업 가치(밸류에이션) 확보를 위한 빌드업을 마쳤다. 특히 국내 특허는 물론 기술 장벽이 높은 미국 특허(USPTO)까지 취득하며 에그돔 기술의 독점성과 글로벌 통용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미국은 거대 자본 시장이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스마트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에그돔 진출의 적기라는 판단이다.

말레이시아와는 이미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난(Orchid)을 공급하는 현지 대형 계약재배 기업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농지를 농업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허가 절차가 생략돼, 자금 유입과 동시에 빠른 착공이 가능하다. 중동 지역은 국부펀드 과제를 신청해 예산 범위를 조율 중이며, 이를 통해 대규모 스마트팜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농업인이 아닌 '경영·경제학도'의 시각에서 수요자 중심의 라이선스 및 정보력을 바탕으로 접근했으며, 글로벌 탄소위원회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거시적인 탄소 배출권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설계하고 있다.

또한, 막대한 탄소세를 부담하는 철강기업 등을 대상으로 에그돔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권을 연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철강기업들은 탄소 배출로 인해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애그돔 자체가 친환경에너지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도입을 하면 탄소 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기업이 에그돔을 도입하면 세금 상쇄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애그유니는 에그돔을 도입한 기업으로부터 작물에 대한 수익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여기에 에그돔을 모듈화·규격화해, 토지가 없는 투자자에게도 1000평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디지털 경작권'을 도입했다. 이는 실물자산(RWA) 기반의 투자 방식으로, 이미 확보된 강력한 수요처와 고정된 가격을 바탕으로 계약재배 작물 수익 및 직접 판매 수익을 안정적으로 배당하는 개념이다. 특히 데이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을 도입, 자체적인 데이터 위·변조를 차단해 투자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농업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향”... 5년 내 상장과 제조업화 달성
애그유니의 단기 목표는 1년 이내에 에그돔 자체 운영 규모를 3~5기까지 늘리고, 장기 B2B 계약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5년 이내 상장(IPO)하는 한편, 농업을 기반으로 교육과 금융을 긴밀히 연결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권미진 대표는 "농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 부족이나 농민 양성의 한계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있다"라며 "기존의 생산자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수요자 중심의 계획 생산이 가능한 제조업 형태로 농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해결은 물론 헬스케어, 뷰티, 신약 원료 공급 등 인류가 직면한 전반적인 문제를 뒷받침하는 '농업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거듭나겠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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