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도 기계수확 시대 열린다
농진청 개발한 ‘채흔’ 수량성 13%↑…2027년 3월 보급 시작 남부지역 이기작 재배 적합, 농가 소득·식량 자급률 제고 기대
기존 품종보다 수량이 13%(10a 기준) 많고 이기작까지 가능한 기계수확용 녹두 신품종, ‘채흔’이 등장했다. 그동안 녹두 농가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일손 부족과 수확 손실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지난 5일 전남 해남군에서 기계수확이 가능한 녹두 신품종 ‘채흔’의 현장 평가회를 열고, 녹두 재배 기계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동안 기존 녹두 품종들은 꼬투리 익는 시기가 제각각이고 쓰러짐이나 꼬투리 터짐(탈립) 현상이 심해, 콤바인 등 기계수확 시 알곡 손실이 커 농가들이 수확에 큰 애로를 겪어왔다.
반면 이번에 선보인 신품종 ‘채흔’은 생육 후반에 키가 자라지 않도록 줄기의 마디 수를 조정해 타 품종에 비해 줄기의 길이가 69cm로 비교적 짧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꼬투리가 동시에 고르게 익는 동시성숙 특성이 우수하다.
농촌진흥청이 녹두 주산지인 해남을 비롯해 춘천, 홍성, 제주 등에서 전국 지역적응성 시험을 3년에 걸쳐 진행한 결과, ‘채흔’의 동시성숙률은 82.8%에 달해 한 번에 기계로 수확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또한 쓰러짐에 강하고 꼬투리 터짐 비율도 13.5%에 불과해(기존 ‘산포’ 47.8%) 기계 수확 시 알곡이 떨어지는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아울러 생산성과 재배 효율성 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채흔’의 10a당 수량은 257kg으로 기존 품종인 ‘산포’(228kg) 대비 약 13% 증가했다. 특히 5월 파종을 기준으로 생육 일수가 81일에 불과해, 국내 대표 녹두 주산지인 남부지역에서 서리가 내리기 전 두 번 수확하는 ‘이기작 재배’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이날 평가회에 참석한 농가 김동훈 씨는 “‘채흔’은 꼬투리가 고루 익어 기계수확이 수월하고 생육기간도 짧다”며 “8월 초에 수확한 뒤 다시 파종하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수확할 수 있어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현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종자 보급과 기술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종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공고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2027년 3월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고종민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장은 “녹두는 비교적 습해에 강해 밭뿐만 아니라 논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며, 특히 ‘채흔’의 보급을 통해 수량성 상승, 기계화, 이기작 재배 등으로 농가 소득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녹두는 기계화가 되지 않아 생산이 어려웠는데 이번 평가회를 계기로 콤바인 수확 적응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녹두는 같은 면적에서 쌀을 재배할 때보다 소득이 높아 대체 작목으로도 유망하기 때문에 앞으로 녹두 자급률 제고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